|
조회 수 9,212 추천 수 11 댓글 0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이란 이 시를 저는 좋아합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은 쓸모없게 된 나뭇잎입니다. 구멍이 뚫린 나뭇잎이므로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별로 도움 될 게 없는 나뭇잎입니다. 벌레가 먹고 남은 흔적이 흉하게 몸에 남아 있는 나뭇잎입니다. 그런 나뭇잎을 시인은 예쁘다고 말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나뭇잎이 지닌 상처 때문에 예쁘다고 합니다.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고도 말합니다. 시인은 '벌레가 갉아 먹어서 나뭇잎이 못쓰게 되었다'는 눈으로 나뭇잎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나뭇잎이 제 몸에 상처가 생기는 걸 알면서 벌레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고, 제 몸을 덜어 남을 먹여 살린 흔적이기 때문에 벌레 먹은 구멍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진 것 중에 몇 장은 벌레에게도 주고 짐승에게도 줄줄 아는 게 나무입니다. 제가 지닌 나뭇잎을 저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나무는 없다고 합니다.
제 몸의 일부를 남을 먹여 살리는 데 쓰며 살아온 떡갈나무 잎, 그 떡갈나무 잎에 뚫린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엇을 남에게 베풀며 살아왔는가 생각해 봅니다.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이란 이 시를 저는 좋아합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은 쓸모없게 된 나뭇잎입니다. 구멍이 뚫린 나뭇잎이므로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별로 도움 될 게 없는 나뭇잎입니다. 벌레가 먹고 남은 흔적이 흉하게 몸에 남아 있는 나뭇잎입니다. 그런 나뭇잎을 시인은 예쁘다고 말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나뭇잎이 지닌 상처 때문에 예쁘다고 합니다.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고도 말합니다. 시인은 '벌레가 갉아 먹어서 나뭇잎이 못쓰게 되었다'는 눈으로 나뭇잎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나뭇잎이 제 몸에 상처가 생기는 걸 알면서 벌레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고, 제 몸을 덜어 남을 먹여 살린 흔적이기 때문에 벌레 먹은 구멍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진 것 중에 몇 장은 벌레에게도 주고 짐승에게도 줄줄 아는 게 나무입니다. 제가 지닌 나뭇잎을 저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나무는 없다고 합니다.
제 몸의 일부를 남을 먹여 살리는 데 쓰며 살아온 떡갈나무 잎, 그 떡갈나무 잎에 뚫린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엇을 남에게 베풀며 살아왔는가 생각해 봅니다.
도종환/시인 |
공지 | isGranted() && $use_category_update" class="cate">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6 2024
風文
Nov 04 2024
風文
Nov 04 2024
風文
Nov 01 2024
風文
Nov 01 2024
風文
Oct 30 2024
風文
Oct 28 2024
風文
Oct 25 2024
風文
Oct 25 2024
風文
Oct 24 2024
風文
Oct 24 2024
風文
Oct 23 2024
風文
Oct 22 2024
風文
Oct 22 2024
風文
Oct 21 2024
風文
Oct 21 2024
風文
Oct 18 2024
風文
Oct 18 2024
風文
Oct 17 2024
風文
Oct 17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