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한 번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지금도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일이 지금 아니면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 다음, 지금 해야만 하는 것을 선택한다.
내가 이지함 화장품 ceo가 되어 회사를 운영하는 것 또한 되돌아보면 8년 전 중요한 순간에 내린 선택의 결과물인 듯하다. 약대를 졸업한 뒤 제약회사를 거쳐, 존슨앤존슨 마케팅부서에서 3년간 일하고 있을 무렵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소위 잘나가던 이지함 피부과에서 함께 화장품 회사를 세워보자는 제안을 해 왔다. 화장품 회사 설립이 작은 구멍가게 내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의욕만으로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 당시에는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 내 선택의 기준은 바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가’였다. 내가 다른 회사에 취직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어도, 약사라는 전문직종을 가진 이상 언제든 가능한 일이었지만 회사를 만들어서 사업을 하는 것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안 될 듯했다. 가진 돈도 없고, 경험도 많지 않았지만 건강한 피부를 위한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야지 하는 야무진 결심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사무실을 얻었다. 살던 집을 얻을 때조차도 부모님이 함께 부동산에 가서 계약하는 과정을 맡아 주셨기 때문에, 처음 사무실을 계약하러 가는 날 보증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조차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가 달리기 대회에 나간 꼴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멋모르고 한 선택이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었다.
집 계약 한번 직접 해 보지 않은 내가 30대에 회사를 만들어서 키워보겠다는 결정을 하다니, 정말 그때가 아니면 시도해 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 같다. 실패할 수 있지만,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젊음’이 있는 시절에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는 것은 미래에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꺼려진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신중함이라는 말로 위장되어 주춤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도전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