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양혜왕을 만났을 때 왕은 맹자에게 '장차 이 나라를 이롭게 할 어떤 방도를 가지고 왔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맹자는 '왕이 어찌 이로움을 말하느냐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따름이다.' 하고 대답을 합니다. 『맹자』제 1장 맨 앞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맹자는 이로움보다는 의로움이 먼저라고 말을 꺼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만약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에 이익이 될까? 하는 것만을 먼저 생각하시면, 대부들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야 내 영지에 이익이 될까? 하는 것만을 생각할 것이고, 선비나 서민들까지도 어떻게 하면 나에게 이익이 될까? 하는 것만을 생각할 것입니다. 위아래가 서로 다투어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일만의 십분의 일인 일천을 가졌거나, 일천의 십분의 일인 일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결코 적게 가졌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의(義)를 경시하고 이(利)를 중시한다면 남의 것을 모두 빼앗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왕의 초청을 받고 간 자리에서 맹자는 왕에게 이로움만을 먼저 생각하는 왕이 되어서 안 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당시는 전국시대였습니다. 밖으로는 국가 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안으로는 배신과 야합이 그치지 않는 난세였습니다. 왕들은 모두 부국강병을 앞세운 채 천하를 손에 쥐고자 이름난 원로석학을 초빙하여 고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곤 했는데 맹자도 그렇게 해서 양혜왕과 만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명박정부가 앞세운 실용은 철저히 이로움에 바탕을 둔 사고방식입니다. 내게 이익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옳은 일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결정의 주요변수가 아닙니다. 실용주의는 자칫하면 맹자의 경고대로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만족을 채우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 사회를 만들게 됩니다. 또한 모든 이의 이익을 만족시켜주는 일이 불가능하므로 자기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이익만을 보장해 주는 정치를 하게 됩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생명과 희생을 담보로 해서라도 이익이 된다면 관철하고자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밑바탕에도 이런 사고방식의 천박함과 미숙함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였다가 그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전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된 것입니다. 원로들의 의견을 들어서 민심수습책을 발표하겠다고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바르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원로가 누구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