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소설을 가르치다보면 느끼는 게 많다. 세대간의 차이 라기보다 차라리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듯 싶 다. 때로는 당혹감을 넘어 절망감마저 느낀다. 문화권이 다른 외국작품도 아니고, 우리 소설을 이 정도로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수 있는 것일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가령 식민지 시대나 카프 계열의 소설들, 혹은 농촌을 무대로 한 소설들에 대해 전혀 엉뚱한 해석을 내리는 것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다. 어차피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어두워 그 배경이나 맥락을 읽어내기도 어려울 테고, 또 도시에서만 살아온 신세대로서는 농촌 생활 자체에 대해 전혀 무지한 까닭에 애당초 흥미도, 이해력도 부족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십여 년 안팎의 80년대 혹은 70년대의 이른바 고전이라고 할 만한 소설들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올바르게 읽어낼 줄 모르는 학생이 의외로 많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입시만능의 교육풍토에서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대학생이 된 탓이기도 하려니와 최근 우리 사회가 겪어온 변화의 진폭이 그만큼 엄청난 것이어서 신세대의 아직 미숙한 인식의 틀로서는 그 간극을 감당해내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꼭 그래서만일까. 한 예로 최인훈의 '광장'에서는 절박한 분단문제 를 희화화 된 상황쯤으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특수한 개인사 혹은 가족사 정도로 읽어내고, 심지어 5.18을 다룬 소설들에서는 애초에 왜 그런 '믿기 어려운'사건이 일어났는가 라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조차 전혀 모르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어쩌다 이런 현상이 생겨났을까. 물론 제도나 관습, 풍속, 문화, 정치적 입장 따위에 있어서 어느 사회에서 나 세대간 차이는 존재하고 때로 그 차이는 생산적인 추동력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나 '광장''난장이가...'이 보여주는 분단문제, 정치, 경제적 모순들의 문제, 혹은 5.18의 문제들은 결코 과거의 허상이 아니라 눈앞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의 문제다. 행여 그에 대한 신세대의 냉소나 비판이 바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기성세대는, 우리 사회는 지금 그 무지를 오히려 조장하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