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색’ 정장
“곤색 정장에 물방울무늬 분홍색 넥타이 차림의 김 대표는….”
이는 지난주 총선 투표가 끝난 직후 어느 정당의 모습을 보도한 한 언론 기사이다. ‘곤색’은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감색(紺色)’의 ‘紺’이 일본어로 ‘곤’이다. 우리말 속의 일본어는 대부분 과거 일제 강점기의 산물이다. 그 시기에 잃어버린 우리말을 찾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광복 직후인 1948년 정부는 “우리말 도로 찾기”라는 책자를 발간하였는데, ‘도시락’도 이 책에서 제안되어 결국은 ‘벤토’를 이겨낸 말이다. ‘곤색’을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노력 역시 적지 않았으나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필자의 십대 딸아이도 이 말을 쓰는 걸 보면 꽤나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 같다. 물론 일본어라고 하여 무조건 배격할 필요는 없지만 ‘곤색’은 고유한 문화적 의미를 지닌 것도 아니어서 굳이 두고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의 대안도 많다. 그 가운데 널리 쓰이는 것은 ‘감색’이다. 또 ‘진남색’(진한 남색)이나 ‘검남색’(검은 빛이 도는 남색)이라는 순화어도 있다. 무엇보다도 ‘감색’처럼 이미 자리 잡은 말이 있다면 ‘곤색’은 더더욱 피해야 할 말이다. 그래서 위 기사는 유감스럽다. 반면에 같은 기사의 ‘물방울무늬’는 반가운 말이다. 이 역시 일본말에서 온 ‘뗑뗑이’가 적잖이 쓰이기도 한다. 또 영어에서 온 ‘도트 무늬’도 종종 쓰인다. 이 가운데 ‘물방울무늬’가 여러 모로 가장 예쁜 말이다.
‘곤색’과 ‘물방울무늬’가 한 문장 안에 있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그보다는 “감색 정장에 물방울무늬 분홍색 넥타이 차림”이 더 자연스럽고 좋은 표현 아닐까. ‘곤색, 뗑뗑이’와 같은 일본말, 이제는 사라졌으면 한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81,277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7,567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41,939 | 2006.09.09 |
3626 | 성씨(姓氏)의 장단음 | 風文 | 859 | 2024.11.08 |
3625 | 흙밥과 흙수저 | 風文 | 879 | 2024.11.08 |
3624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風文 | 777 | 2024.11.06 |
3623 | 외래어의 받침 | 風文 | 699 | 2024.11.06 |
3622 | 손글씨 | 風文 | 722 | 2024.11.04 |
3621 | 불규칙용언 (1) | 風文 | 829 | 2024.11.04 |
3620 | 받침과 대표음 | 風文 | 706 | 2024.11.01 |
3619 | 간식(間食)의 순화어 | 風文 | 749 | 2024.11.01 |
3618 | 모음조화 | 風文 | 681 | 2024.10.28 |
3617 | 관용구와 속담 | 風文 | 764 | 2024.10.28 |
3616 | 고급지다 | 風文 | 805 | 2024.10.25 |
3615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風文 | 796 | 2024.10.25 |
3614 | 단위명사 | 風文 | 1,329 | 2024.10.24 |
3613 | 혼밥과 혼술 | 風文 | 1,283 | 2024.10.24 |
3612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風文 | 1,404 | 2024.10.23 |
3611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風文 | 1,271 | 2024.10.23 |
3610 | 웃프다 | 風文 | 880 | 2024.10.22 |
3609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風文 | 777 | 2024.10.22 |
3608 | 아저씨 | 風文 | 839 | 2024.10.21 |
3607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 | 風文 | 940 | 2024.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