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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뜩잖다, 마땅찮다
“… 이름을 줄줄이 거론하며 시간을 늘이는 배우들의 수상 소감이 마뜩한 것은 우리만의 일이 아닌 듯하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한 신문 기사 중 일부다. 신세진 사람들을 일일이 거명하는 수상 소감을 금지키로 한, 주최 측의 지침을 환영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에 ‘마뜩한’은 잘못 쓰였다. ‘마뜩하다’는 ‘상당히 흡족하다’는 말이므로 여기서는 뜻이 통하지 않는다. ‘마뜩하지 않은’이라고 하거나 준말인 ‘마뜩잖은’으로 써야 한다. ‘마뜩하지 않다’의 준말을 ‘마뜩잖다’로 쓴다고 하면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뜩하지 않다’와 뜻이 비슷한 ‘마땅하지 않다’를 줄여서 ‘마땅찮다’로 쓰는 것처럼 ‘마뜩찮다’로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혼란스러울지 모르나 ‘마뜩잖다’와 ‘마땅찮다’로 각각 구분해 써야 한다.
이는 ‘하지 않다’가 줄어들 때 ‘잖다’와 ‘찮다’ 두 가지로 발음되는 현상을 표기에 반영한 결과다. ‘-하다’로 끝나는 용언의 어간이 어미 ‘-지 않다’와 결합해 줄어들 때는 그 앞소리가 울림소리인지 여부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우선 울림소리(유성음: 모음과 ㄴ, ㄹ, ㅁ, ㅇ) 뒤의 ‘하’는 모음 ‘ㅏ’만 떨어지고 ‘ㅎ’은 남아, 뒤에 있는 ‘지’와 결합하여 ‘치’ 소리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울림소리인 ‘ㅇ’ 받침으로 끝나는 ‘마땅’에 ‘하’가 결합한 ‘마땅하지 않다’는 ‘마땅ㅎ+지 않다’로 줄어서 ‘마땅치 않다’가 된다. 이것을 더 줄여 ‘마땅찮다’로 적는 것이다.
반면에 안울림소리(무성음: 유성음을 제외한 모든 소리) 뒤에서는 ‘하’ 소리가 통째로 탈락한다. 곧 ‘마뜩하지 않다’는 ‘마뜩+지 않다’로 줄어들어 ‘마뜩지 않다’가 되고 다시 ‘마뜩잖다’로 줄여서 적는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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