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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경찰
상상을 한번 해보자. 만일 언어 경찰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항상 바른 말과 고운 말만 쓰고, 욕설 같은 것은 입에 담지 않는 낙원이 되지 않겠는가. 더 나아가 정확한 표준 발음과 맞춤법만 사용하도록 계도한다면 모범적인 사회가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그럴듯하게도 들리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보통사람들한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언어 사용에 대해 검토와 평가를 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방송 언어를 점검하고 경우에 따라 제재를 가하는 기관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경우는 혹시 윤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문제 있는 언어를 사용했을 경우에 부담스러운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교육이나 시사에 관한 방송에서는 언어 사용을 올바르게 하도록 지도한다는 것이 필요도 하고 의미도 있겠지만, 오락 프로는 좀 경우가 다르다. 자칫하면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일이 생기기 쉽다. 어찌 오락 프로에서 정확한 발음과 전형적인 의미만 사용할 수 있겠는가. 장난으로라도 비틀고 꼬아놓고 희롱하는 것이 인간의 유희 아닌가.
그러다 보니 '핳핳핳’처럼 장난에 가까운 자막에 대해서도 주의를 주기도 하고, “ㅋㅋㅋ”도 문제를 삼아 방송국 쪽에서 모음 글자를 뒤늦게 넣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의 맞춤법은 원래 공식적인 문장 활동에 주로 적용하려고 만든 규약이지 모든 사람의 삶 전반을 단속하는 것이 그 목적은 아니다. 방송 중에 짓궂거나 좀 주책스런 표현을 한 것을 미주알고주알 모두 문제 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언어는 성스러운 면도 있지만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다. 언어에 대한 단속과 규제는 ‘구체적인 해악’이 드러나는 부분에만 한정해야지, 실오라기 같은 실수나 장난도 용납을 못하는 근엄함은 언어의 그 풍부한 기능을 왜소하고 옹졸하게 해석하는 일이다. 속상한 일이 많을 때는 웃고도 살아야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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