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4,143 추천 수 2 댓글 0
[우리말바루기] 하릴없이, 할 일 없이
얼마 전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1930년대 근대화돼 가는 경성을 배경으로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소설가 구보의 하루를 담고 있다.
소설가 구보는 ‘하릴없는’ 하루를 보낸 걸까, ‘할 일 없는’ 하루를 보낸 걸까. 각각의 의미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할 일 없는’을 사용해야 할 자리에 ‘하릴없는’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릴없다’는 “버스 파업 소식을 접하지 못한 시민들이 승강장에서 하릴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다” “내가 잘못해 일어난 상황이니 혼이 나도 하릴없는 일이다”에서처럼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또 “머리도 못 감은 듯한 모습이 하릴없이 폐인의 형국이다” “누더기를 기워 입은 듯한 모습이 하릴없는 거지였다”에서와 같이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할 일 없이’는 말 그대로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의미로, 한 단어가 아니므로 ‘할일없이’와 같이 붙여 쓰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영락없이’로 바꿔 쓸 수 있다면 ‘하릴없이’, ‘빈둥빈둥’의 의미를 지닌다면 ‘할 일 없이’를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구보는 할 일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다.
- read more
- read more
- read more
-
성씨(姓氏)의 장단음
-
흙밥과 흙수저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외래어의 받침
-
손글씨
-
불규칙용언 (1)
-
받침과 대표음
-
간식(間食)의 순화어
-
모음조화
-
관용구와 속담
-
고급지다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단위명사
-
혼밥과 혼술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웃프다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아저씨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