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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묫자리 / 묏자리
얼마 안 있으면 한가위다. 한가위를 앞두고 성묘(省墓)하러 가는 차들로 주말이면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주로 설이나 추석, 한식(寒食)에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살피고 돌보는 일을 성묘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의 중요한 관습 중 하나다.
묘(墓)의 순 우리말은 뫼다. 뫼는 사람의 무덤을 말한다. 무덤은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놓은 곳을 가리킨다. 무덤과 같은 뜻의 단어로는 분묘(墳墓), 유택(幽宅), 음택(陰宅) 등이 있다. 산소(山所)는 뫼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뫼를 쓸 자리를 이를 때 “이번 한국 방문에서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묘자리로 그토록 원했던 통영의 바다가 보이는 언덕을 홀로 둘러볼 작정이다” “아파트와 통장을 아내 명의로 돌렸어. 그러고 나선 묫자리를 보러 다녔지” “운명을 다스리는 묫자리”처럼 ‘묘자리’ ‘묫자리’를 사용하는 예가 흔하다. 이 ‘묘자리’ ‘묫자리’는 표준어가 아니다. ‘묫자리’는 ‘못자리’(볍씨를 뿌려 모를 기르는 곳)의 제주 방언이다. ‘뫼를 쓸 자리’를 가리키는 정확한 단어는 ‘묏자리’다. 또 ‘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로 ‘메’가 있는데―평안 방언인 ‘뫼’도 있다―이를 ‘뫼’(무덤)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어르신들께서 생전에 자신이 죽어서 묻힐 자리, 즉 묏자리를 준비하고 또 직접 보고 싶어 하셨다. 죽음에 대한 어르신들의 태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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