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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시도하다
요즘 특이한 말버릇 가운데 하나가 '~을 시도하다'는 표현이다. 특히 축구 중계방송을 하면서 "역습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직접 슈팅을 시도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중거리 슛을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선수 교체를 시도해봄 직하다" 등처럼 '시도'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도(試圖)'는 한자어로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몇 번 시도한 끝에 겨우 성공했다" "이번 일은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 등과 같이 쓰인다. '시도'는 어려운 용어도 아니고 또 실제로 널리 쓰이는 말이라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남용하는 게 문제다.
"직접 슈팅을 시도했더라면~" "선수 교체를 시도해봄 직하다"에서는 '시도'가 아예 불필요한 말이다. '시도'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 "직접 슈팅을 했더라면~" "선수 교체를 해봄 직하다"로 충분하며, 오히려 이게 정확한 표현이다. "역습을 시도한다는~"은 "역습을 노린다는~"이 적절한 표현이다.
'시도하다'가 이처럼 남용되는 데는 영어를 배우면서 익숙해진 'try~'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는 우리말의 '시도하다'에 해당하는 'try'가 '노력하다' '(실제로, 시험 삼아) 해 보다' '도전해 보다' 등 여러 가지 의미로 두루 쓰이고 있다. 그만큼 영어에서는 'try'의 사용 빈도가 높다.
'시도'란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시도'라는 한자어를 섞어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말에 무언가 무게를 준다고 생각하거나 영어의 'try~'를 무의식적으로 흉내 낸 결과다. '시도'를 넣는다고 말의 품위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남용해 온 탓에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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