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바루기] 시도하다
요즘 특이한 말버릇 가운데 하나가 '~을 시도하다'는 표현이다. 특히 축구 중계방송을 하면서 "역습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직접 슈팅을 시도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중거리 슛을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선수 교체를 시도해봄 직하다" 등처럼 '시도'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도(試圖)'는 한자어로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몇 번 시도한 끝에 겨우 성공했다" "이번 일은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 등과 같이 쓰인다. '시도'는 어려운 용어도 아니고 또 실제로 널리 쓰이는 말이라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남용하는 게 문제다.
"직접 슈팅을 시도했더라면~" "선수 교체를 시도해봄 직하다"에서는 '시도'가 아예 불필요한 말이다. '시도'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 "직접 슈팅을 했더라면~" "선수 교체를 해봄 직하다"로 충분하며, 오히려 이게 정확한 표현이다. "역습을 시도한다는~"은 "역습을 노린다는~"이 적절한 표현이다.
'시도하다'가 이처럼 남용되는 데는 영어를 배우면서 익숙해진 'try~'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는 우리말의 '시도하다'에 해당하는 'try'가 '노력하다' '(실제로, 시험 삼아) 해 보다' '도전해 보다' 등 여러 가지 의미로 두루 쓰이고 있다. 그만큼 영어에서는 'try'의 사용 빈도가 높다.
'시도'란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시도'라는 한자어를 섞어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말에 무언가 무게를 준다고 생각하거나 영어의 'try~'를 무의식적으로 흉내 낸 결과다. '시도'를 넣는다고 말의 품위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남용해 온 탓에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질 뿐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78,554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4,790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39,190 | 2006.09.09 |
3626 | 성씨(姓氏)의 장단음 | 風文 | 773 | 2024.11.08 |
3625 | 흙밥과 흙수저 | 風文 | 792 | 2024.11.08 |
3624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風文 | 691 | 2024.11.06 |
3623 | 외래어의 받침 | 風文 | 607 | 2024.11.06 |
3622 | 손글씨 | 風文 | 628 | 2024.11.04 |
3621 | 불규칙용언 (1) | 風文 | 744 | 2024.11.04 |
3620 | 받침과 대표음 | 風文 | 675 | 2024.11.01 |
3619 | 간식(間食)의 순화어 | 風文 | 664 | 2024.11.01 |
3618 | 모음조화 | 風文 | 619 | 2024.10.28 |
3617 | 관용구와 속담 | 風文 | 687 | 2024.10.28 |
3616 | 고급지다 | 風文 | 721 | 2024.10.25 |
3615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風文 | 716 | 2024.10.25 |
3614 | 단위명사 | 風文 | 1,293 | 2024.10.24 |
3613 | 혼밥과 혼술 | 風文 | 1,185 | 2024.10.24 |
3612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風文 | 1,326 | 2024.10.23 |
3611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風文 | 1,221 | 2024.10.23 |
3610 | 웃프다 | 風文 | 813 | 2024.10.22 |
3609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風文 | 704 | 2024.10.22 |
3608 | 아저씨 | 風文 | 767 | 2024.10.21 |
3607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 | 風文 | 906 | 2024.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