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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주워섬기다
"워낙 빠른 속도로 주워삼키는 그의 말을 쫓아가느라 나 역시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자기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철학자나 이론가의 이름을 주워삼기 일쑤인 사람들과 달리 유쾌하고 경쾌한 언어에 슬쩍슬쩍 자기가 얘기하고자 하는 이론을 스며 넣는 솜씨는 내게 그저 한없는 열등감을 안겨줄 뿐이다."
예문에서 보듯이 들은 대로 본 대로 이러저러한 말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는다는 뜻으로 흔히 쓰는 '주워삼키다' '주워삼다'는 바른 말이 아니다. 이런 뜻을 가진 올바른 단어는 '주워섬기다'이다. "그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까지 수다스럽게 주워섬겼다" "그녀는 '신문.요구르트 배달, 접시 닦기, 쓰레기 수거, 건물 청소원, 웨이트리스, 심야다방 DJ…'로 한참 주워섬기다가 '당신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일, 다만 호스티스만 빼고'라며 씁쓸하게 웃었다"처럼 사용된다.
'주워삼키다'를 '주워 삼키다'로 띄어 쓰면 말이 된다.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흩어져 있는 것을 집는다는 의미의 '줍다'와 무엇을 입에 넣어 목구멍으로 넘긴다는 뜻의 '삼키다'를 함께 이를 때, 즉 "손님 중에는 감자튀김을 주워 삼키는 사람도 있었다" "모래알을 주워 삼키는 수탉들"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주워섬기다'와 '주워대다'는 비슷한 말 같지만 조금 다르다. '주워섬기다'는 들은 대로 본 대로 자기가 체험한 사실들을 죽 들어 늘어놓는 것이고, '주워대다'는 생각이나 논리가 없이 제멋대로 이 말 저 말을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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