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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뒤처지다 / 뒤쳐지다
현대사회가 무한 경쟁사회라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끝도 없는 경쟁의 시대, 다른 이가 나를 앞질러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한 번씩은 느껴 봤을 테니 말이다.
어떤 수준이나 대열에 들지 못하고 뒤로 처지거나 남게 된다는 의미로 쓰는 낱말이 바로 '뒤처지다'이다. 그러나 흔히 '뒤쳐지다'와 헷갈려 사용하곤 한다. '뒤처지다'와 '뒤쳐지다'는 그 모양과 발음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의미가 각각 다르다. '뒤쳐지다'는 "화투짝이 뒤쳐지다" "바람에 현수막이 뒤쳐졌다"에서와 같이 '물건이 뒤집혀서 젖혀지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기말고사 성적이 친구에게 뒤처졌다""시대의 변화에 뒤처졌다"처럼 주위와 비교해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로 쓰일 땐 '뒤처지다'라 해야 맞다. 쉽게 기억하려면 '뒤처지다'가 풀어 쓰면 '뒤로 처지다'라는 걸 떠올리면 된다. 뒤에 남게 되거나 뒤로 떨어진 모습을 보고 '처지다'라 하지 '쳐지다'라고 쓰진 않으니 말이다.
'뒤처지면 안 된다'며 조급증에 빠져 있는 이 사회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상소는 현대인이 잊고 사는 느림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느림은 단순히 빠름의 반대이거나 빠름에 적응할 수 없는 무능력이라기보다는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을 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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