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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고국, 모국, 조국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쇼팽은 폴란드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반평생을 지냈다. 그는 망명 생활 중에도 폴란드에서 가져온 흙을 간직하며 '고국'을 그렸다고 한다. "몸은 파리에 묻혀도 심장은 '모국'에 보내 달라"는 유언을 남길 만큼 '조국'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팽이 평생 그리워한 '고국'도, 끝내 돌아가고 싶었던 '모국'도 그의 '조국' 폴란드를 가리킨다. 그러면 이들 세 단어는 같은 의미로 쓰인 걸까?
조상 때부터 살아온 자신의 국적이 속해 있는 나라를 '조국(祖國)'이라 한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이를 땐 '모국(母國)', 남의 나라에 있는 사람이 조상 때부터 살던 나라를 일컬을 땐 '고국(故國)'이란 말을 흔히 사용한다. 셋 다 자신의 나라를 뜻하지만 쓰임엔 차이가 있다.
'조국'은 국내에 있는 사람이든, 해외에 있는 사람이든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데 반해 '모국'과 '고국'은 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이 자기 나라를 가리킬 때 쓰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고국'은 해외에 잠시 머물 때도 사용할 수 있지만 '모국'은 외국에 잠시 나가 있을 때는 쓰지 않는다.
"'이별의 곡'은 쇼팽이 조국을 떠나올 때 첫사랑과 헤어지는 것을 슬퍼하며 만들었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 간 지 30년 만에 모국 땅을 밟았다"고 하면 자연스럽지만 "중국에 나포됐던 선원들이 모국으로 무사히 돌아왔다"고 하면 부자연스럽다. 이때는 '고국'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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