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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찰라, 찰나, 억겁
불교는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을 같이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문화에는 불교적 색채가 다양하게 녹아들어 있다. 언어 역시 불교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는 게 많은데 그중 하나가 '찰나'와 '억겁'이다. '찰나'를 발음하기 어려워서인지(표준 발음은 [찰라]) "문을 열려는 찰라" "버스가 떠나려는 찬라"처럼 잘못 쓰는 예가 많다. '억겁' 역시 '겁'을 '겹'(면과 면, 선과 선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나타내는 말)'으로 착각해 "억겹의 세월"과 같이 '억겹'으로 틀리게 쓰는 경우가 있다.
'찰나'는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에서 온 말로 '생각이 스치는 한 순간처럼 짧다'는 의미다. 그 길이에 대해서는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사이 65찰나가 흐른다거나 1/75초에 해당한다는 등 많은 설이 있다.
'겁'은 '어떤 시간의 단위로도 계산할 수 없이 무한히 긴 시간' '하늘과 땅이 한 번 개벽한 때에서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동안'이라는 뜻이니 '억겁'은 얼마나 더 긴 시간을 의미하는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겁'은 '천년에 한 번 천상의 선녀가 지상으로 내려와 노니는데 그 옷자락이 바위에 닿아 큰 바위가 닳아 없어지는 기간'이라 비유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은 '억겁의 인연'을 통해 만났을 것이다. 찰나의 감정으로 억겁의 인연을 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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