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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윤중로
1968년까지만 해도 여의도는 비행장을 제외하면 섬이라기보다는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는 큰 모래밭에 가까웠다. 67년 여의도개발계획이 세워지고 68년 밤섬 폭파를 시작으로 110일 만에 섬을 두르는 강둑을 쌓는 공사가 완공된다. 강둑은 '윤중제'로, 강둑을 따라 뻗은 도로는 '윤중로'로 명명됐다. 이렇게 해서 여의도가 본격 개발되고 윤중로에 심은 1400여 그루의 벚나무는 해마다 서울시민들에게 벚꽃의 향연을 베풀어 준다. 봄마다 펼쳐지는 여의도 벚꽃 잔치를 보통 '여의 윤중제(윤중로) 벚꽃 잔치'라 부른다.
그러나 '윤중제'라는 이름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윤중제(輪中堤)'는 일본말인 '와주테이(わじゅうてい)'의 한자 표기를 우리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와주테이', 즉 '輪中堤'는 강섬을 둘러 쌓은 제방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윤중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윤중'만 따로 떼어내 그 길을 '윤중로'라 명명했으니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학교에도 '윤중'이라는 이름이 붙어 '윤중초등학교' '윤중중학교'가 지금도 존재한다.
'윤중제'는 우리 식으로는 '방죽' 또는 '섬둑'이다. 86년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여의 윤중제'를 '여의 방죽'으로, '윤중로'는 각각 '여의도 서로' '여의도 동로' '국회 뒷길' 등으로 고쳐 쓰기로 했다. 98년엔 이들 공식 명칭을 새긴 도로명판이 설치됐다. 하지만 아직도 옛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일본의 잔재라고도 할 수 있는 '윤중제' '윤중로'라는 이름을 쓰지 말아야 한다. '윤중초등학교' '윤중중학교'라는 명칭도 어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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