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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처'와 '자청'
"이 광고를 촬영할 때 '가게가 예쁘게 나오도록 하려면 여기서 찍어'라며 카메라 각도를 알려주고 '소쿠리는 이게 제격이지'라며 화면에 나오면 좋을 것 같은 소품을 집에서 갖고 오는 등 마을 주민들이 조감독 역을 자처했다."
위 예문에서 '조감독 역을 자처했다'는 제대로 쓰인 것일까. '자처'와 '자청'은 자칫 헷갈리기 쉬운 단어들이다. '자처(自處)는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함'이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자청(自請)은 '어떤 일에 나서기를 스스로 청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위 글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조감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 마을에서 광고를 찍으니 기뻐서 스스로 나서 조감독처럼 도와주는 것일 뿐이다. 이럴 경우는 ''조감독 역을 자처했다''가 아니라 ''조감독 역을 자청했다''로 하는 것이 옳다.
"공자는 주(周) 문왕(文王)의 정신적 계승자를 자처했다." "공형진은 좋은 연극을 할 요량으로 극단 ''유''의 막내 단원 되기를 자청했다." 이 두 예문에서는 자처와 자청이 바르게 쓰였다. 공자는 스스로를 문왕의 정신적 계승자로 생각하고 있고, 공형진은 연극을 하기 위해 자기가 원해서 고달픈 막내 단원이 되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자신이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처라면 '어떤 일을 맡아서 하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것'이 자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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