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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숭맹숭, 맨송맨송
흔히, 술을 먹었는데도 좀처럼 취하지 않을 때 "오늘따라 왜 이리 맹숭맹숭하지?"라고 말한다. 또, 마땅히 할 일도 없이 우두커니 있을 때에도 "맹숭맹숭 앉아 있으려니 좀 뭣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의 '맹숭맹숭(하다)'은 '맨송맨송(하다)'의 비표준어다. 이 규범은 오늘날 우리의 눈과 귀에 모두 낯설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맨송맨송'을 거의 귀로 듣지 못하고 있다. 귀로 듣지 못하므로 그 표기 형태 역시 당연히 익숙지 않다. 우리가 언어생활에서 주로 듣고 쓰는 것은 '맹숭맹숭'이다.
20세기 초반의 문헌을 찾아보면 이 두 형태가 모두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전반에 편찬된 초기의 사전들이 '맨송맨송'만을 표준어로 사정한 뒤로 지금까지 '맹숭맹숭'은 표준어의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 언어 현실에서는 '맹숭맹숭'이 '맨송맨송'을 경쟁에서 밀어낸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표준어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맹숭맹숭''을 표준어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
그렇다고 '맨송맨송'을 비표준어로 몰아낼 필요는 없다. 이 말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수염이 없어 맨송맨송한 아래턱'의 예에서는 '맹숭맹숭'보다 '맨송맨송'이 더 어울려 보인다. 취하지 않아 정신이 말똥말똥하거나 하는 일이 없어 멋쩍을 때는 '맹숭맹숭'이, 있어야 할 털이나 수염이 없이 반드르르할 때는 '맨송맨송'이 더 잘 어울리므로, 이 두 단어는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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