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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다, 으르다
아이들에게 병원만큼 두려운 곳도 없다. 그 공포감을 아이는 울음으로 표출하는데 이때 어르거나 야단쳐 억지로 울음을 그치게 하는 건 좋지 않다고 한다. 병원에 대한 공포감이 지속되고 병이 낫는 속도도 더디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는 것 또는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는 것을 '어르다'라고 하는데 이를 '으르다'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안아 젖병을 물리거나 으르기, 목욕을 시켜 주거나 재우기 등은 아빠와 아기 사이에 강한 유대감을 형성시켜 준다"처럼 쓰게 되면 전혀 엉뚱한 의미가 돼 버린다. '으르다'는 상대편이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한다는 뜻으로 달래거나 구슬리는 '어르다'와 구별해 사용해야 한다.
이들 동사를 잘못 활용해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얼르기도 하고 매를 들기도 한다" "북한을 을르고 달래 온 미국의 정책 골격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처럼 쓰는 경우도 많지만 '어르기도' '으르고'가 바른 표현이다. 어간의 끝 음절 '르'가 어미 '-아' '-어' 앞에서만 'ㄹㄹ'로 바뀌는 르불규칙용언이므로 '어르니, 어르고, 얼러' '으르니, 으르고, 을러' 등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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