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냄새, 내음
남쪽에선/ 과수원의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김현승의 시 '가을의 향기')
가을비가 내리더니 잎들은 더욱 붉은 기운을 머금고, 제법 서늘해진 공기에서는 가을 냄새가 묻어난다. '가을 냄새' '가을 내음' 어느 것이 더 맛이 날까. 시의 '노을이 타는 내음'처럼 '가을 내음'이 훨씬 더 맛깔스럽다. '내음'은 '바다 내음' '흙 내음' '시골 내음' '고향 내음' '사람 내음' '봄 내음' '꽃 내음' 등과 같이 시적이고 멋스러운 표현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그러나 규정상 '내음'은 경상도 방언으로,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을 냄새' '바다 냄새' '흙 냄새' '시골 냄새'라고 하기에는 영 내키지 않는다. '냄새'는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현상 이상을 나타내지 못한다. 여기에서 규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발행한다. '나래→날개' '떨구다→떨어뜨리다'도 마찬가지다. 이럴 땐 우리 맞춤법 규정이 '표준어=맞는 말, 비표준어=틀린 말'이라는 이분법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시에선 몰라도 일반 글에서는 '내음'을 '냄새'로 쓰는 수밖에 없다.
- read more
- read more
- read more
-
성씨(姓氏)의 장단음
-
흙밥과 흙수저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외래어의 받침
-
손글씨
-
불규칙용언 (1)
-
받침과 대표음
-
간식(間食)의 순화어
-
모음조화
-
관용구와 속담
-
고급지다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단위명사
-
혼밥과 혼술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웃프다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아저씨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