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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슬고슬, 가슬가슬 / 찰지다, 차지다
입맛 없는 여름철, 한 끼 식사로 그만인 비빔밥. 그 유래에 대해선 다양한 설이 있지만 피란길, 12첩 수라상을 보충하기 위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나물을 얹어 임금에게 올렸던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흥미롭다. 썩썩 비벼 먹는 그 맛은 모든 게 부족하던 당시에 임금도 반했을 만하다.
비빔밥이나 김밥 등을 만들 때 "밥은 고슬고슬하게 지어야 한다"고 한다. 되지도, 질지도 않게 밥이 알맞게 됐을 경우 사용하는 이 표현을 간혹 "욕실엔 늘 고슬고슬한 수건이 걸려 있다" "고슬고슬하게 풀 먹인 삼베 이불"처럼 살결이나 물건의 거죽이 매끄럽지 않고 가칠하거나 빳빳한 모양을 나타낼 때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슬고슬하다''는 "따뜻한 물에 쌀을 안치면 말랑말랑하면서 고슬고슬한 밥을 지을 수 있다"와 같이 음식에 사용하는 표현으로 ''가슬가슬하다''와 구분해야 한다.
밥과 관련해 자주 혼동하는 말로 ''찰지다''도 있다. 반죽이나 밥.떡 등이 끈기가 많다는 뜻으로 "한국 사람은 대개 부드럽고 찰진 밥을 좋아한다"처럼 사용하지만 ''차지다''가 표준어다. "보온밥솥은 압력밥솥에 비해 차진 밥을 하기 힘들다"와 같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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