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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을 남기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난 뒤 인상적인 장면의 잔상이 눈앞에 아른거리거나, 훌륭한 음악을 듣고 난 뒤 귓가에 여음이 맴도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①'얼후(二胡)의 두 줄에서 영혼을 울리는 소리가 나고, 잘 연주한 얼후는 웬만해선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②'김모씨는 '나는 정치적 재능이 없다'며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도 '생각해 본 뒤 연락을 드리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여운을 남기다'는 겹말인데도 너무나 많이 쓰여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여운(餘韻)'은 '일이 끝난 다음에도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느낌이나 정취' 또는 '말로 직접 표현하지 않은 데서 느껴지는 정취'라고 풀이돼 있다. 따라서 아직 남아 있는 느낌이나 정취를 또 '남긴다'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
'짧은 여행 긴 여운' '여운 있는 말'처럼 쓰일 경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여운을 남기다'는 ①의 경우 '오랜 여운을 주었다/긴 울림(감동)을 남겼다(주었다)' 등으로, ②의 경우 '뒷맛이 남는 말을 했다/여운 있는 말을 남겼다' 등으로 바꾸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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