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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이다, 쓰여, 씐
서까래가 내려앉고, 지붕엔 잡초며 버섯이 무성하게 돋았으며 구석구석에 거미줄이 가득한 폐가 앞을 밤에 지나다가 안에서 사람 소리를 들었다면 이 집은 귀신 씌인 집일까, 귀신 쓰인 집일까, 귀신 씐 집일까? 어떤 일을 자신 있게 밀고 나갔는데 그것이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이 바보스러운 판단이었다면 '뭔가에 씌웠던 모양이다'라고 해야 할까, '뭔가에 씌었던 모양이다'라고 해야 할까?
위에 든 사례처럼 '귀신 따위에 접하게 되다'라는 뜻을 나타낼 때는 '씌다'라는 동사를 써야 한다. 그러므로 이때는 '귀신 씐 집' '뭔가에 씌었던 모양이다'로 쓰는 게 바른 표현이다. 한편 '글이 쓰이다' '돈이 쓰이다'처럼 사용되는 '쓰이다'는 '쓰다'의 피동사 형태인데 이를 줄여서 '씌다'로 할 수도 있다. 글을 쓰다 보면 흔히 '쓰여' 형태가 맞는지 아니면 '씌어' 형태가 맞는지 고심하게 되지만 '칠판 한구석에 떠든 사람들 명단이 죽 쓰여/씌어 있는 것이 그 당시 학교 풍경이었다' '아이들의 공책에 쓰인/씐 글씨들은 꼭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처럼 두 가지 형태가 모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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