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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당하다
'왕의 남자'는 연산군일기에 기록된 한 광대의 죽음에 상상력의 날줄을 엮어 만든 영화다. 권력을 희롱한 희대의 광대, 그들이 풍자했던 중신은 물론 결국 그들마저 왕에게 죽임을 당하는 과정은 단순한 광대놀음 이상의 처연함을 담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죽음'과 '죽임'이란 말을 가려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당하다'가 붙으면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단종은 믿고 의지했던 숙부 세조에게 죽음을 당했다"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영조에게 죽음을 당했다"처럼 쓰는 예가 있으나 이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누군가의 의도적 행위에 의해 죽게 될 때는 '죽이다'의 명사형인 '죽임'을 써서 '죽임을 당하다'라고 해야 한다.
'따돌림/망신을 당하다'와 같이 '당하다' 앞에도 사동사의 명사형이나 사동의 뜻을 가진 명사가 오는 게 자연스럽다. "홍수로 많은 백성이 죽음을 당했다"처럼 자연재해나 사고로 죽게 되는 경우엔 '죽음을 당하다'라고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동적 표현보다는 "백성이 죽었다"로 쓰는 게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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