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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걸고 나란히
어깨는 얼굴보다 깊은 표정을 갖고 있다. 아이를 품은 어머니의 어깨에서 삶의 온기를 느끼고 축 늘어진 아버지의 어깨에서 인생을 배운다. 어깨는 때로 손보다 많은 것을 건넨다. 말없이 내민 어깨에 지친 마음을 풀고 '어깨를 걸고' 함께 고난에 맞서기도 한다.
'어깨를 걸다'는 표현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나아가자 동무들아 어깨를 걸고" "이 땅의 양심들아 어깨를 걸고 나가자"처럼 동요에서부터 대학가에 울려퍼지던 운동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래에서 '어깨를 걸고'란 표현을 쓰고 있다. 일부 사전에선 이를 반영, 관용구로 싣기도 했으나 엄밀히 말해 '어깨를 걸다'는 틀린 표현이다.
'걸다'는 벽ㆍ못에 물체가 떨어지지 않도록 매달아 올려놓다, 자물쇠를 채운다는 의미로 어떤 고리를 끼우는 행위에 가깝다. 풀어지거나 자빠지지 않도록 어긋매끼게 끼거나 걸치다는 뜻으로는 '겯다'가 있다. 따라서 '어깨를 나란히 대고 상대의 어깨에 서로 손을 올려놓다' '목적을 위해 행동을 같이하다'고 할 때는 '어깨를 겯고(결으니, 결어서)'라고 쓰는 게 자연스럽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 어깨를 걸고→어깨를 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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