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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장이 무너지다
얼마 전 최전방 군부대에서 어이없는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꽃다운 젊은이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 키워놓은 자식을 졸지에 잃은 유가족들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어린아이들에게 꿀꿀이죽을 먹여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억장이 무너졌다'처럼 '억장'이란 말을 흔히 쓰고 있지만 그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떤 일에 충격을 받아 힘이 다 빠져 버린다거나,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는 의미로 여겨 많은 사람이 '억장'을 '가슴이나 마음'을 뜻한다고 생각하지만 원래 의미는 다르다. '억장'은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준말로 백 장, 천 장도 아니고 억 장이나 될 정도로 높이 쌓은 성을 의미한다. 국어사전에도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라고만 풀이돼 있다. 따라서 '억장이 무너지다'는 '억 장이나 되는 높은 성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다'라는 뜻에서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가슴이 몹시 아프고 괴롭다'는 뜻으로 변했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억장'은 높이를 뜻하는 말에서 온 것임을 알아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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