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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색, 곤색
별빛마을ㆍ사랑마을 등 서울 주변 신도시엔 순 우리말로 된 아파트 단지가 많다. 요즘엔 ○○타운ㆍ○○파크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외국어 바람은 아파트뿐 아니라 옷ㆍ화장품ㆍ자동차 등에도 거세다. 특히 색깔을 표시할 때 핑크ㆍ레드ㆍ블루 등으로 쓰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핑크로즈ㆍ와인레드ㆍ베이비블루 등 영어 색상명을 그대로 옮겨 오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말이 외국어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과거의 일본식 표기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늘거리는 소라색 원피스를 입은 네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등 일상 대화에서 무심코 쓰는 소라색이 대표적이다. 소라색은 일본어 '소라이로(空色, そらいろ)'에서 온 말이다. 하늘을 뜻하는 '공(空)'은 일본어 '소라(そら)'로 읽고 '색(色)'은 우리말 한자 독음으로 읽은 일본식 한자어다. 그러나 하늘색이라는 우리말이 있는데 소라색이라고 쓸 이유가 없다. 곤색도 마찬가지다. 일본어 '곤(紺, こん)'과 '색'으로 구성된 말로 검푸른 빛을 띤 짙은 남색을 가리킨다. 심지어 '검다'란 뜻의 구로(黑:くろ)를 붙여 '구로곤색'이라고도 한다. "면접 때는 곤색 양복을 입는 게 단정해 보인다" "그는 구로곤색의 경찰복을 입고 있었다" 등의 문장에서 곤색. 구로곤색은 검남색ㆍ진남색으로 바꿔 써야 한다.
감색(紺色)이라고도 하나 자연의 색깔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말의 특성상 과일의 주홍빛을 떠올릴 수 있어 검남색ㆍ진남색으로 쓰는 게 좋다. 일본식 한자어는 바꿔 쓸 수 있는 우리말이 얼마든지 있다. 이제부터라도 외국어에 뺏긴 우리말의 빛깔을 찾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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