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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부, 유무
'어이, ○○○씨, 회계분석 보고서 다음주 화요일까지 완성되겠지?' '물론이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 대화에 쓰인 '여부'는 '(주로 있다, 없다와 함께 쓰여) 틀리거나 의심할 여지'를 뜻하는 것으로 혼동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다음을 보자. '학생부와 수능시험 성적으로 학생들의 실력 측정이 불가능하다면 면접·구술·필기고사를 실시해서라도 자격 여부를 가려야 한다.' '내용증명 우편물의 법적 효력 여부가 궁금하다.' 이들 예문에 쓰인 '여부'는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말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다/ 한·미 동맹의 지속 여부를 논의하다'에서 보듯이 '사실이냐 아니냐/ 지속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이를 때 쓴다. '유무(有無)'는 '있음과 없음'을 뜻하는 말로, '잘못의 유무를 따지다/ 질병의 유무를 조사하다'에서 알 수 있듯이 '잘못이 있나 없나/ 질병이 있나 없나'등을 가리킬 때 쓴다. 예문에서는 '자격이 있나 없나'를, 그리고 '법적 효력이 있나 없나'를 뜻하므로 '여부'가 아니라 '유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후쿠자와 유키치에게 문명과 야만은 서구화 여부와 그 정도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직장 상사들은 직장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전문적인 업무 기술보다 인성(人性)을 더 앞세우며, 인성 중에서도 특히 책임감 유무를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등은 '여부'와 '유무'를 바르게 쓴 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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