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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
꾀가 많은 여우는 어느 날 호랑이와 마주치자 살기 위해 머리를 썼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아느냐. 나를 따라와 보면 안다.' 호랑이가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 한번 해 보자, 그래.' 여우가 앞서 가고 호랑이가 뒤를 따랐다. 정말로 모든 짐승이 겁을 먹고 도망치고 있었다. 호랑이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여우는 한술 더 떠 호랑이와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랑이 옆에 있으니 무서울 게 없으니까(狐假虎威). 온갖 여우 짓으로 호랑이를 꾀어 드디어 결혼하게 된다. 사실은 그동안 여우를 짝사랑했던 구름이 있었다. 바보같이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우와 호랑이가 결혼하던 어느 맑은 날 구름은 애써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여우비'에 얽힌 얘기를 나름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여우비'란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 그치는 비를 말하며, 이런 날을 '여우 시집가는 날''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한다. '여우'는 잔꾀가 많아 매우 교활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 깜찍하고 영악한 계집아이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여우 중에도 '불여우'(붉은 여우)가 가장 꾀가 많다고 한다. '여우비' 외에도 여우볕·여우별이란 낱말이 있는 걸 보면 단순히 여우처럼 약삭빠름에서 붙여진 말인 듯하다. '여우비'가 생기고 나서 '여우 시집가는 날''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아름다운 말들이다. 우리의 풍부한 상상력과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들 정겨운 말을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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