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어린 시절은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갔다. 소풍날이며, 방학이며, 생일이며 손꼽아 기다리는 날들은 아득히 멀어보였다. 나이가 들어 몇 밤, 며칠이 남았을까 애태워 기다리는 날이 줄어들면 세월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기억력도 흐려지고 옛날에 배운 것도 가물가물하다.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흔히 '며칠'과 '몇일'이 뒤섞여 있는데 어떤 것이 옳다고 배웠는지 기억하시는지. '몇일'은 틀리고 '며칠'만 맞다. 즉 '다음 달 며칠이 추석이지?' '입시일까지 며칠 남았지?'처럼 쓰는 것이 옳다.
한글 맞춤법은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려 이뤄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혀 적게 돼 있다. 단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만일 '며칠'이 '몇+일(日)'에서 온 말이라면 각각 원형을 밝혀 '몇일'이라고 적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은 '며칠'의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 근거를 살펴보자.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가 오면 끝소리인 ㅊ이 뒤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몇+이나[며치나], 몇몇+을[면며츨]처럼 소리 나는 것이다. 그러나 '몇' 다음에 명사가 오게 되면 끝소리 'ㅊ'이 대표음인 'ㄷ'으로 소리 나게 된다. 예를 들면 몇 월[며], 몇 억[며덕]처럼 되는 것이다. 며칠이 '몇+일'에서 온 말이라면 뒤에 명사가 오는 것이므로 [며딜]로 소리 나야 하지만 그렇게 발음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몇+일'의 구성이라고 보기 어려워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 것이다.
-
∥…………………………………………………………………… 목록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성씨(姓氏)의 장단음
-
흙밥과 흙수저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외래어의 받침
-
손글씨
-
불규칙용언 (1)
-
받침과 대표음
-
간식(間食)의 순화어
-
모음조화
-
관용구와 속담
-
고급지다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단위명사
-
혼밥과 혼술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웃프다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아저씨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