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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말 "럼"
'한가위 햇살이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를 가득 채운다. 휑뎅그렁하던 여느 때와 달리 부산하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 또래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바람은 지켜보는 엄마의 머리카락을 흩날려 간지럼을 태운다. 한 아이는 부끄럼도 모른 채 쉬를 한다. 미끄러움이 덜한 미끄럼을 타던 아이들은 투정을 부린다.'
용언(동사+형용사)의 활용은 한글 맞춤법에서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특히 '~럽다'형태는 곤혹스러움을 더한다. 입말과 글말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랑스럽-'은 활용할 때 어간의 끝 'ㅂ'이 '우'로 바뀐다. 여기에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는 어미 '-ㄴ'이 붙어 '사랑스러운'으로 활용한다. '미끄럽-'은 명사의 구실을 하도록 하는 어미 '-ㅁ'을 취하면 '미끄러움'이 된다. 그런데 입말의 현실은 어떤가. '사랑스런''미끄럼'으로 말하는 게 보통이다. '-런'은 반드시 '-러운'으로 써야 한다. 예외가 없다.
'-럼'은 좀 다르다. 본지가 판단의 준거로 삼는 표준국어대사전은 '간지럼·근지럼·미끄럼·부끄럼·어지럼' 등을 표제어로 올려놓았다. 언어생활에서 써도 틀리지 않은 말이라는 뜻이다. '부끄럼'은 '부끄러움'의 준말로 인정했다. '미끄럼'은 '미끄러운 곳에서 미끄러지는 일, 또는 그런 놀이'란 의미로 한정해 받아들였다. '저절로 밀려 나갈 정도로 번드럽다'는 뜻으론 '미끄러움'을 써야 함을 미뤄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간지럼·어지럼'도 '부끄럼'의 예처럼 '간지러움·어지러움'의 준말로 처리하든지, 의미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 맞춤법도 법인 만큼 예외를 줄여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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