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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어와 띄어쓰기 3
'돈은 없고, 굴비만 있습니다. ' 요즘 한가위를 앞두고 굴비를 선물하면서 이런 우스개를 건넨다고 한다. 최근 모 자치단체장에게 2억원이 담긴 굴비상자가 전달된 상황을 빗댄 것이다. '뇌물의 성격을 띠거나 그 밖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돈'을 '검은돈'이라고 한다. '검은 마음'이 문제지, '돈이 무슨 죄'이지 싶다.
구린내 나는 '검은돈'은 합성어고, (만일 있다면) 색깔이 '검은 돈'은 두 낱말이다. 복합어는 하나의 실질 형태소에 접사가 붙은 파생어와 두 개 이상의 실질 형태소가 결합된 합성어로 나뉜다. 파생어는 '맨(접두사)+손' '부채+질(접미사)의 형태로 '맨손·부채질'처럼 붙여 쓴다. 전형적인 합성어는 '작은형(맏형이 아닌 형)' '먹고살기(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세상'처럼 두 요소가 합쳐져 새로운 의미를 나타낸다.
'키가 작은 형' '이슬만 먹고 살다'에서와 달리 하나의 낱말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치고받다'는 '말로 다투거나 실제로 때리면서 싸우다'는 뜻의 복합어다. 이처럼 어떤 낱말이 복합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미심쩍으면 사전을 들춰 확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전을 펼쳐 보되 뜻풀이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더욱이 '한번 해보자', '함께하다/함께 하다' 등에서 보듯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낱말이 쓰인 문맥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어렵기도 하지만 궁구(窮究)할수록 우리말의 깊이를 더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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