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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지시, 넌즈시
아테네 올림픽이 폐막을 앞두고 있다. 밤잠을 설쳐가며 우리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낸 10여일이었다. 덕분에 더위도, 근심거리도 잊었다는 사람이 많다. 고단한 일상의 갈증을 풀어주고, 감동과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목받지 못한 선수가 월계관을 쓰고, 많은 이변이 속출한다. 이 드라마엔 '넌지시' 알려주는 암시나 그 어떤 복선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인 '넌지시'는 '드러나지 않게 가만히'란 뜻으로 '넌지시 말하다''넌지시 묻다' 등처럼 쓰인다. 그러나 이를 '넌즈시'로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다. "미국 진출 의사가 있는지 그의 마음을 넌즈시 떠보아라"처럼 쓴 경우를 종종 본다.
'넌즈시'는 '넌지시'의 옛말이다. 'ㅅ, ㅈ, ㅊ' 등 혀의 앞쪽에서 발음되는 전설(前舌)자음엔 같은 자리의 전설모음 'ㅣ'가 오는 게 발음하기 편하다. 이에 따라 '넌지시'는 혀의 가운데서 발음되는 'ㅡ'가 'ㅈ'아래에서 'ㅣ'로 변해 굳어진 형태다. 이를 전설모음화라고 하는데, 현대국어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짓무르다(←즛므르다), 질다(←즐다), 칡(←츩) 등이 전설모음화로 굳어진 형태의 예다.
그러나 '으시시하다' '부시시하다' '으시대다' 등은 '으스스하다' '부스스하다' '으스대다'가 여전히 표준말이다. 특히 남부 지방에선 '까슬까슬'을 [까실까실]로, '메스껍다'를 [메시껍다] 등으로 발음하는 전설모음화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말도 모두 비표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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