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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내음, 뚝방길
법(法)의 고자(古字) 법(법)은 '물[水]'과 '해태[치]'와 '없애다[去]'로 풀린다(치는 치와 同字). 흐르지 않는 물은 높낮이가 없으며 공평하다. 시비와 선악을 판단해 안다는 상상의 동물 해태는 시비곡직을 가리는 상징이다. 거(去)는 나쁜 것을 없앤다는 뜻이다. 법은 공평·정의·강제성을 품고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강제에도 인정은 있다. 공평은 기계적 균형을 뜻하지 않는다. 흐르는 물처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구하는 정의도 변한다.
맞춤법도 법이다. 딱딱하지만 부드러워야 한다.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예외도 포용해야 한다. 우리글을 다듬는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희망의 나래를 펴고' '향기로운 풀 내음' '뚝방길에서의 밀어'. '나래·내음·뚝방길'은 현행 맞춤법에선 표준어가 아니다. '날개·냄새·둑길'로 바루어야 한다. 여기서 교열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글 속에서 이들 사이엔 어감의 차이가 분명하다. 사투리나 틀린 말들이 오히려 정겹다는 사람도 많다.
'된비알'은 몹시 험한 비탈이다. '된비탈'과 동의어다. 그러나 '비알'은 '비탈'의 사투리로 표준어 대접을 받지 못한다.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된비알'이 표준어라면 '비알'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악법엔 저항이 따른다. 일상의 언어생활도 마찬가지다. 언중(言衆)의 말글살이에서 벗어나는 규칙들은 지지받기 어렵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캐고 보듬는 것은 모두에게 소중한 일이다. 선소리(이치에 맞지 않은 서툰 말)라 마시고 신소리(엉뚱하지만 재치 있는 말)로 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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