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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와의
우리말에선 원래 조사 '~의'가 흔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다. 사람을 가리키는 '나, 너, 저'의 경우 조사 'ㅣ'가 붙은 '내, 네, 제'로만 사용됐다고 한다. '내 사랑' '네 물건' '제 식구' 등 현재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의'가 붙은 '나의, 너의, 저의'는 개화기에 이르러 자주 쓰이게 됐다. 이는 일본어에서 두루 쓰이는 조사 'の'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침실로'(이상화의 시), '나의 살던 고향'(이원수의 '고향의 봄' 중)에서 '나의 침실'은 '내 침실', '나의 살던 고향'은 '내가 살던 고향'이 정상적인 우리말 어법이다. 요즘 들어서는 '국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국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렸다'(→스스로 한 약속을~),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해야 한다'(→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등 '~의'를 마구 사용하고 있다. '소득의 향상과 식생활의 서구화로 쌀의 소비량이 부쩍 줄었다'에서는 명사와 명사 사이에 모두 '~의'를 넣었으나 불필요한 것이다. '만남의 광장'도 억지스럽게 말을 만든 것으로, '만나는 광장'으로 해야 우리식이고 의미가 제대로 통한다.
'범죄와의 전쟁' '전통문화와의 만남'에서 '~와의(~との)'도 일본어식 이중조사로 '범죄 척결' '전통문화 만나기' 등으로 해야 한다. '~의'를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효용도 있다. 불필요한 사용을 자제하고, '~의'자를 이용해 억지 말을 만들지 말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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