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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슬리다, 그을리다
섭씨 30도를 넘는 날이 잦다 보니 벌써 여름이 된 듯합니다. 기상청은 올 여름이 예년에 비해 유난히 더울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이 같은 더위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며 보양식으로 몸을 달래는 것도 좋지만 태양을 벗삼아 산과 바다, 젊음이 하나가 되는 것도 여름을 나는 한 방법입니다.
여름에 떠올릴 수 있는 단어로 '그을리다'와 '그슬리다'가 있습니다. 불·빛·열 등도 이롭게 쓸 줄 아는 인간의 활동과 관련이 있는 말인데 표현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그슬리다'는 '촛불에 머리카락이 그슬렸다' '장작불에 물고기를 그슬려 먹었다' 등에서 볼 수 있듯 '그슬다'의 피동·사동 형태로 '불에 겉만 약간 타게 하거나 알맞게 익힌다'라는 뜻의 말입니다.
반면에 '그을리다'는 '사물에 볕이나 연기 등을 오래 쬐어 검게 만든다'라는 뜻으로 '타다·익히다'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여름날 해변에서 여인들이 햇볕을 받아 구릿빛이 됐을 때 '너의 몸을 알맞게 그슬려 보기 좋구나'라는 표현은 '너의 몸을 알맞게 그을려 보기 좋구나'라고 해야 맞습니다. '그슬려'를 쓰면 '너의 몸을 알맞게 구워 보기 좋구나'라는 뜻이 돼 상대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 수 있습니다.
'그슬다'와 '그을다'의 명사 '그슬음'과 '그을음'은 의미가 더욱 다릅니다. '그슬음'은 '불에 겉만 약간 타게 하는 동작'을 나타내지만, '그을음'은 '물질이 탈 때 나오는 검댕'을 가리킵니다. 참고로 '그을다'의 어간 '그을'에 '은'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돼 '그은'으로 활용된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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