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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원
2002 월드컵은 정말 잘 짜인 한 편의 연극 같았다. 처음에는 1승만 올려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16강, 8강을 거쳐 짜릿한 4강까지 올랐다. 온 국민은 경기를 보며 한마음이 됐다. 마침내 아쉬움과 환희 속에 대단원의 막이 내렸지만 그 후에도 한동안은 자신감이 넘치고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월드컵이 남긴 자산이었다.
연극이나 소설 등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끝을 내는 마지막 장면'을 대단원이라고 한다. 전용해서 '어떤 일의 맨 마지막'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제41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가 82개 국가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13일 대전에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아시아과학한림원연합회 창립총회 및 국제심포지엄이 21일 과총회관에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아즈텍 경기장에서 구스타보 멕시코 대통령의 개회선언으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위 예문에서는 큰 행사가 시작됐다는 뜻으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대단원이라는 말은 '끝'을 뜻하는 것이어서 '막이 내리다'와는 어울리지만 시작을 뜻하는 '막이 오르다'와 함께 쓰면 어색하다. 위 예문에서는 '대단원의'를 빼야 뜻이 제대로 전달된다. 지난 월드컵에서 대미를 잘 장식한 우리 축구는 이제 2006년 월드컵을 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메추 감독 영입 실패에서 보듯 어설픈 구석이 많다. 하지만 지난 일을 거울삼아 잘 준비해 나가면 독일 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멋진 대단원을 맞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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