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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장전
남자들이 모이기만 하면 하는 얘기 중 첫째가 군대 시절에 관한 것이고, 그 다음은 축구라서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군대에서 축구하던 얘기라는 우스개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렇듯 남자들에게 군대 시절은 영원한 화제의 샘이다. 분데스리가와 쌍벽을 이루는 '군대스리가' 못지않게 할 얘기가 많은 것이 사격훈련인데 피가 나고 알이 배고 이가 갈리는 피알아이(사격술 예비 훈련)를 거쳐 사대에 서면 '탄알 일발 장진.' '준비된 사수부터 사격 개시!' 이런 명령을 듣게 된다. 힘든 훈련 중 잠깐 쉬는 시간. 그때의 구호도 '담배 일발 장진'이다. 휴식이 조금 길 땐 갓 입대한 사병을 일으켜 노래를 일발 '장진'시키고 나머지 대원들이 '발사'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장진'이라는 말을 많이 써왔다.
그러나 사실 '장진'은 이 상황엔 맞지 않는 단어다. 이때는 '장전(裝塡)'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이때의 전(塡)은 '메운다'는 뜻이고, 따라서 '장전'이라면 탄알을 약실에 '재어 넣는다'는 의미가 된다. 추측건대 장진이라고 쓰는 것은 전(塡)을 '진'으로 잘못 읽었거나 노리쇠의 후퇴 전진에서 나아갈 진(進)이 연상되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개인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군대스리가' '일발 장진'의 험로를 거쳐온 사람들은 형평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신념과 국가 안보, 형평을 조화시키는 솔로몬의 지혜가 도출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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