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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가파라서
'강을 끼고 비스듬히 올라가니 갑자기 경사가 가파라진다. 그래도 산 정상은 그리 멀어 보이지는 않는다.' '암스테르담 시가는 어딜 가나 비좁은 느낌을 준다. 건물들도 계단이 가파라서 오르내리기에 위험하다.'
예문처럼 '가파라진다'나 '가파라서'라고 쓰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 활용한 것이다. '가팔라진다'와 '가팔라서'가 옳다. 기본형에 '르'가 붙는 용언들은 어떤 게 바른 형태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세 가지로 나눠보자.
우선 규칙적으로 활용하는 것들이다. 들르다, 치르다 등이 그 예인데 이들은 '-아/-어' 앞에서 매개모음인 '으'가 항상 탈락한다. 예를 들면 '들르+어'에서 '으'가 탈락해 '들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들려'로 잘못 쓰는 사람도 많다. 글머리의 예문은 '가파르다'를 규칙 용언으로 착각했기 때문에 잘못 쓴 것이다.
둘째는 르 불규칙 용언으로 '르'가 떨어져 나가고 'ㄹㄹ'이 덧생기는 것이다. 흐르다, 오르다 ,부르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흐르+어'에서 '르'가 탈락하고 'ㄹㄹ'이 덧생겨 '흘러'가 되는 것과 같은 경우다. '가파르다'도 르 불규칙 용언이므로 '가파르+아'에서 '르'가 탈락하고 'ㄹㄹ'이 덧생겨 '가팔라'가 된다.
셋째는 러 불규칙 용언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푸르다, 누르다, 이르다(至) 등이다. 이들은 뒤에 붙는 '-어'가 '-러'로 바뀌게 된다. 즉 '푸르+어'에서 '-어'가 '-러'로 바뀌어 '푸르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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