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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하다, 지루하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흘러가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미래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인식하는 자연적인 시간의 길이 또한 균일하지 않다. '일장춘몽(一場春夢)'과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 이 두 표현에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다른 인식이 잘 나타나 있다. '일장춘몽'(한바탕의 봄꿈)에서 볼 수 있듯이 70~80년의 인생도 잠깐 꾼 한바탕의 봄꿈과 같은 것이다. 반면 몹시 애태우며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초조했으면 '일일여삼추'(하루가 3년 같다)에서처럼 하루를 3년같이 느끼겠는가. 이처럼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간의 양(量)이라 해도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관심이 없거나 흥미 없는 일과 관련해선 그 시간을 매우 지루하게 느끼게 된다.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병원과의 지리한 법정 싸움 끝에 결국 승소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달리 지리한 장맛비는 애물단지 그 자체다.' '지리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이것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상태가 너무 오래 계속돼 넌더리가 나고 따분하다'는 뜻으로 '지리하다'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지루하다'로 고쳐야 한다. 표준어 규정 제11항에는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돼 있다. '상치'가 '상추'로, '미싯가루'가 '미숫가루'로 바뀐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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