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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 성패
주사위는 던져졌다. 민주 정치의 성패를 좌우할 또 하나의 선거를 치렀다. 탄핵 역풍ㆍ박풍(朴風)ㆍ추풍(秋風)ㆍ노풍(老風) 등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바람 속에 민심은 하나의 염원을 안고 표를 던졌다. 뒤집기ㆍ굳히기ㆍ부풀리기ㆍ읍소하기ㆍ엄살떨기로 부산했던 각 정당도 이제 선거의 승패를 떠나 새롭게 도약하는 정치를 보여줄 때다. 성패와 승패를 가려 쓰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여겨진다.
'성패(成敗)'는 '성공과 실패(되고 안 됨)'를, '승패(勝敗)'는 '승리와 패배(이기고 짐)'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둘 다 대립관계로 짜인 한자어로, 뜻이 확연히 구분됨에도 막상 표현할 때는 잘못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17대 총선은 정치 개혁의 승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다"
"여성정치 실험의 승패는 그들이 얼마나 자생력을 기르느냐에 달려 있다"라는 문장을 살펴보자.
언뜻 보기엔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승패'를 '성패'로 고쳐야 뜻이 통한다. 승부(勝負)를 가리는 게 아니라 과연 정치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0표 이내로 선거의 성패가 갈린 곳은 20군데였다"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투표 향배가 총선 성패를 결정할 중요 변수다"도 잘못 쓰인 경우다.
선거에서 이기고 짐을 말하는 것이므로 '승패'로 고쳐야 바른 문장이 된다. 4ㆍ15 총선이 남긴 의미를 되새기며 승패를 떠난 화합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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