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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모으다, 긁어모으다
요즘 신문 보기가 겁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건·사고 소식에 피로감이 가중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의 '돈'과 관련한 추문이 국민의 가슴에 상실감을 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워는 '인간이 탐하는 재물이나 명성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갈증을 느끼게 하는 바닷물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는 방법을 깨우쳐 주는 짤막하고 쉬운 말에 '그러모으다'와 '긁어모으다'가 있습니다. 둘의 미묘한 어감 차이가 새롭게 와 닿습니다. '고철을 그러모아 철강왕이 된 카네기' '정치 무관심이 심해 유세장에 사람을 그러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러모으다'는 '흩어져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거두어 한곳에 모은다'는 뜻으로 일반적인 표현 '끌어 모으다'와 쓰임새가 비슷합니다.
이와 달리 '긁어모으다'는 어감이 좀 더 센 표현입니다. '백성의 등을 쳐서 재물을 긁어모았다' '중소기업의 상품을 긁어모아 종합상사의 실적을 올렸으나 가격이 형편없다'등에서처럼 사물을 취하되 방법이 옳지 못하고 폭력성을 띨 때 더 잘 어울려 쓸 수 있습니다. '모으다'와 합성된 '긁다'란 단어에 손톱·갈퀴로 파헤치다, 남을 헐뜯다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들어 있기도 합니다. 염치나 체면을 차리지 않고 재물 따위를 마구 긁어대는 것을 '걸태질'이라고 하는데 그 뒷모습이 아름답게 비치지 않다 보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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