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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다, 띠다
'가지 없는 나무가 하얀빛을 띄고 우뚝하게 섰으니 은으로 도금이라도 하였는지 의심스럽다. 잎 떨어진 나무숲은 멀리멀리 희미한 자줏빛을 띄고 있어 항상 노을에 물이 든 듯하다.'
이 문장의 '띄고'는 '띠고'의 잘못이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표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띠다'와 '띄다'는 서로 의미가 전혀 다른 말인 데도 발음이 [띠다]로 똑같아 적을 때 혼동하기 쉬운 낱말 중 하나다.
'띠다'가 쓰인 예로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다'(사람이 용무나 직책·사명 따위를 맡아 가지다),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사람이 얼굴에 표정이나 감정·기운 따위를 드러내거나 나타내다), '드물게 녹색을 띠고 있는 이 다이아몬드는 매우 귀한 것이다'(물체가 빛깔이나 색채 등을 표면에 나타내다), '당시엔 대학생들의 연예계 진출이 학비를 버는 부업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대상이 어떤 성질이나 특징을 가지거나 나타내다) 등이 있다.
'띄다'는 '뜨이다'의 준말로, '네가 입은 그 옷은 너무 야해 남들 눈에 잘 띄겠다'(눈에 보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가 번쩍 띄었다'(뭔가 들으려고 청각의 신경이 긴장되다)처럼 쓰인다. '띄다'는 '띄우다'(간격을 벌어지게 하다)의 준말이기도 하다. '첫 줄에서 한 칸을 띄고 써 내려갔다' '거리를 적당히 띄어 말뚝을 박아라' 등이 그렇게 사용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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