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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매다, 시치다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깊은 산·계곡에 잔설이 있긴 하지만 마을 가까운 실개천의 얼음장 밑으로는 벌써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봄이 되면 들녘도 바쁘지만 사람들은 더욱 분주해집니다. 백화점 매장이 환하게 옷을 바꿔 입었고, 가정에서도 봄 준비에 바쁩니다. 모처럼 맞은 휴일의 정적을 깨며 '이불 꿰매세요'하는 한 아주머니의 외침에 '무슨 소린가'했더니 '겨울 이불을 봄 이불로 바꿔 보라'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동네 어귀에도 '헌 이불 꿰매 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바느질'과 관련된 우리말 표현은 놀랄 만큼 많습니다. '꿰매다·박다·시치다·감치다·누비다·호다'등을 들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 '꿰매다'는 '오래된 옷의 천이나 이불 홑청 등이 해지거나 터졌을 때 그곳을 깁거나 얽어맨다'는 뜻입니다. '시치다'는 여러 겹의 천을 맞대고 듬성듬성 호아서 서로 붙어 있게 하는 대강 바느질을 뜻합니다. 겨우내 덮었던 두꺼운 이불을 얇고 화사한 것으로 개조하는 일에는 '꿰매다'보다 '시치다'가 더 어울립니다. 홑청과 이불솜이 따로 놀지 않을 정도로만 붙어 있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시치다'가 쓰이는 예로는 '어머니는 대청에서 홑이불을 시치시며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셨다' '말없이 치마폭을 시치며 앉아 있던 어린 누이의 모습이 자꾸 생각납니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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