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비구비, 메꾸다
'나는 지리산의 아늑한 계곡에 묻히고 싶다. 실상사·천은사·화엄사, 그 곁을 스치는 섬진강 구비구비. 어느 바위엔가 털썩 주저앉아 흐르는 강물, 그 위를 떠도는 낙엽만이 내 친구다.' '역사의 구비마다 권력에 의해 거짓이 진실로, 진실이 거짓으로 뒤바뀌는 구석이 얼마나 많았느냐.'
'굽이'는 '휘어서 구부러진 곳'이나 '휘어서 구부러진 곳을 세는 단위'를 이를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사람이 '굽이'를 발음에 이끌려 자꾸 '구비'로 쓴다. '굽이굽이' '굽이치다''굽이돌다'를 '구비구비''구비치다''구비돌다'로 적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글 맞춤법 제19항은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 명사로 된 것과 '이'나 '히'가 붙어 부사로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굽이'는 '굽다'에서 왔으므로 '굽이(굽+이)'로 적는 것이 옳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잠든 딸의 얼굴을 어루만져 준 뒤 부엌으로 들어가 쪼그리고 앉은 채 찬밥으로 시장기를 메꾸다 보면 내가 정말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했다.'
이 문장은 '메우다'를 '메꾸다'로 잘못 쓴 경우다. 구멍이나 빈 곳을 채운다는 뜻의 '메우다'는 '메다'에 사동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우'가 붙은 형태인데, '입맛을 돋우다'를 '입맛을 돋구다'로 잘못 쓰는 것처럼 '메우다'를 '메꾸다'로 거세게 발음하는 경향이 원인인 것 같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79,363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5,582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39,979 | 2006.09.09 |
3626 |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 바람의종 | 23,774 | 2007.07.24 |
3625 | 우리말의 참된 가치 / 권재일 | 바람의종 | 14,723 | 2007.08.31 |
3624 | 언어의 가짓수 | 바람의종 | 13,932 | 2007.09.26 |
3623 | 상일꾼·큰머슴 | 바람의종 | 13,684 | 2007.09.28 |
3622 | ‘기쁘다’와 ‘즐겁다’ | 바람의종 | 14,034 | 2007.09.29 |
3621 | 언어 분류 | 바람의종 | 14,331 | 2007.10.06 |
3620 | 떼부자 | 바람의종 | 12,559 | 2007.10.08 |
3619 | 단소리/쓴소리 | 바람의종 | 12,461 | 2007.10.09 |
3618 | ‘부럽다’의 방언형 | 바람의종 | 10,770 | 2007.10.11 |
3617 | ‘우거지붙이’ 말 | 바람의종 | 11,534 | 2007.10.13 |
3616 | 쉬다와 놀다 | 바람의종 | 10,933 | 2007.10.14 |
3615 | 방언은 모국어다 | 바람의종 | 9,625 | 2007.10.16 |
3614 | 청소년의 새말 | 바람의종 | 12,066 | 2007.10.17 |
3613 | 우리 | 바람의종 | 9,893 | 2007.10.18 |
3612 | 분루 | 바람의종 | 11,876 | 2007.10.19 |
3611 | 사투리와 토박이말 | 바람의종 | 11,009 | 2007.10.20 |
3610 | 경제성 | 바람의종 | 10,539 | 2007.10.21 |
3609 | 외국어와 새말 | 바람의종 | 10,983 | 2007.10.22 |
3608 | 알타이말 | 바람의종 | 10,809 | 2007.10.23 |
3607 | 정서적 의미 | 바람의종 | 10,580 | 2007.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