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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랍
해가 바뀌면 지난해 12월을 '구랍'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이 뜻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 '정동진에는 새해 해맞이를 위해 이미 구랍 31일부터 행사장에 도착,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로 주변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구랍 31일 보신각 타종 행사 인파를 노린 소매치기범들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등에서처럼 양력으로 지난해 12월을 '구랍'으로 쓰고 있지만 잘못 표현한 것이다.
'구랍(舊臘)'의 '구(舊)'는 '옛'을 뜻하고, '랍(臘)'은 납일(臘日)에 행하는 제사를 뜻하던 것이 차츰 변화해 '섣달'을 가리키게 됐다. 따라서 '구랍'은 '지나간 섣달' 또는 '지난해 섣달'이며, 음력 1월 1일이 돼야 비로소 지나간 한 달(섣달·12월)을 '구랍'이라 부를 수 있다. 위에서처럼 양력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을 '구랍'이라 하는 것은 잘못으로 음력과는 날짜도 맞지 않는다.
'구랍'과 같은 뜻으로는 객랍(客臘)·납월(臘月) 등이 있다. 한편 올해는 간지(干支)상으로 갑신년(甲申年) 원숭이 해다. 새해 아침에 '2004년 갑신년의 힘찬 새해가 밝았습니다'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또한 음력 1월 1일(설날·정월 초하루)이 돼야 비로소 갑신년이 시작되므로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한 해를 크게 봐서는 연초에 그렇게 불러도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다만 양력으로 지난해 12월을 '구랍'이라 부르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구랍'이란 한자어를 굳이 써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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