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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시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조선조 여류시인 황진이의 이 시조 한 수는 우리 시조문학의 백미라 할 만하다. 그녀는 유명한 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글 솜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대담한 남성 편력을 보인 기생이었다. 10년 동안 수도에 정진해 생불이라 불리던 지족선사를 '유혹해' 파계시켰고,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을 '유혹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사제관계를 맺어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다.
앞에 나온 '유혹하다'를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면 '꼬이다'나 '꾀다'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 '꼬시다'다.
'그는 아리따운 처녀를 꼬셔 결혼했다' '그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자고 친구를 꼬셨다' 등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 자기 생각대로 따라오게 한다'는 뜻으로 '꼬시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말 표기법에 어긋난다.
'그는 아리따운 처녀를 꼬여(꾀어) 결혼했다' '그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자고 친구를 꼬였다(꾀었다)'라고 써야 한다. '꼬시다'는 속된 말로 널리 쓰이지만 '꼬이다'나 '꾀다'의 잘못이다. 명사도 '꼬심'이 아니라 '꼬임'이나 '꾐'이다. '꼬이다(꾀다)'는 좋은 말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남을 속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을 꼬이지도 말고, 꼬임에 빠지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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