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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중학교 때 도시에서만 자란 여선생님이 한 분 산골에 있는 우리 학교에 오셨는데 그분이 나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가 첫 부임지인데 버스를 타고 넘어도 넘어도 계속 산이 이어져, 이런 산골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무섭고 슬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골을 이르는 말이 '첩첩산중'입니다. 즉 '깊은 산속'이라는 뜻입니다. 용례를 살펴보면 '차도 다니지 않는 첩첩산중에 병원이 있을 리 없었다' '이곳은 첩첩산중인 정선 땅에서도 가장 깊은 산골이다' '계곡물 소리가 상쾌하다. 첩첩산중이라 그런지 약간 춥다는 생각이 든다'처럼 쓰입니다.
그런데 이 '첩첩산중'이란 말을 '난관이나 장애가 많다'라는 뜻으로 잘못 쓰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악재 첩첩산중, 검찰은 울고 싶어라.' 이 경우는 '깊은 산속'과는 별 상관이 없는 문맥으로, 넘어야 할 악재가 겹으로 쌓였다는 표현을 하려는 것이므로 '악재 첩첩'이라고 써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됩니다. 첩첩(疊疊)은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모양을 뜻합니다. 중중첩첩(重重疊疊)이라고도 하지요.
'적지인 데다 감정이 좋지 않은 심판까지 만났으니 한국 대표팀의 일본전은 첩첩산중이 될 것 같다'의 경우도 '첩첩산중이 될 것 같다'를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장애가 첩첩하다' 등으로 고쳐야 합니다. '첩첩산중'에 있다면 물론 넘어야 할 산들이야 '첩첩'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은 산속'을 곧바로 '겹겹'의 의미로 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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