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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불, 겻불
'모닥불 피워 놓고/마주 앉아서/우리들의 이야기는/끝이 없어라/인생은 연기 속에/재를 남기고/말없이 사라지는/모닥불 같은 것…' 인생에 대한 상념과 예감을 노래한 박인희의 '모닥불'중 일부다. '모닥불'처럼 만추(晩秋)의 서정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곁불'이 있다. 춥다 싶으면 장터 등에서 몇명이 모여 나눠 쬐는, 정감 있는 불이다. '무사는 얼어죽더라도 곁불을 쬐지 않는다'처럼 쓰이는 '곁불'을 '겻불'과 혼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곁불'이 바른 표현이다.
'겻불'은 벼·보리·조 따위를 찧고 난 껍질을 태울 때 나오는 미미한 불기운이다. '군중의 서슬이 겻불 사그라지듯 누그러졌다'에서 볼 수 있다. '곁불'의 '곁'과 뜻이 비슷한 단어로 '옆'이 있다. 그 쓰임새의 차이도 재밌다. '옆'은 사물의 오른쪽이나 왼쪽의 면 또는 그 근처를 말한다. 상대방은 생각도 없는데 요구하고 알려줌으로써 대접을 받는다는 뜻의 '옆 찔러 절 받기'와 '옆으로 눕다·옆을 살피다' 등이 있다.
이와 달리 '곁'은 '옆'보다 넓은 의미로 대상을 중심으로 한 근방이나 가까운 주변 모두를 나타낸다. '환자 곁을 지키다' '아이는 엄마 곁에 바짝 다가앉았다'등이 그 용례며, 다른 사람에게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속을 터준다는 뜻의 '곁을 주다', '전쟁 통에 단신 월남한 그에겐 가까운 곁이 없다'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대상을 지칭할 때도 '곁'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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