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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이다, 조리다
'옛날 어떤 사람이 소실을 두고 있었습니다. 소실은 입 안의 혀처럼 굴었습니다. 본부인이 보약을 달여 올 때면 약의 양이 많았다 적었다 들쭉날쭉했으나 소실이 달여오는 것은 항상 먹기 좋을 만한 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전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실은 약이 너무 줄어들었으면 물을 타고, 너무 많으면 따라 버렸던 것입니다.'
이런 얘기가 있는 걸 보면 약을 달여서 적당한 양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운 모양입니다. 위 이야기에서처럼 약탕관에 물이 많아서 더 끓이는 것을 표현할 때 약을 '졸인다'라고 할까요, '조린다'라고 할까요? '졸이다'는 국이나 찌개·한약 따위의 물을 증발시켜 양을 줄이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오가피 2백g을 물 석 되에 넣어 한 시간 정도 졸여 마신다' '염전에 바닷물을 퍼다 부어 햇볕에 졸여 만든 것이 천일염이다' 등과 같이 쓰입니다.
'조리다'는 어육이나 채소 따위를 양념해 간이 충분히 스며들도록 바짝 끓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를 양념장에 조려낸 음식' '무 대신 감자나 토란을 넣고 조려도 맛이 좋다'처럼 씁니다.
열을 가하는 목적을 생각해 보면 구별하기 쉽습니다. 물이 너무 많아서 양을 줄이는 게 목적이면 '졸이다'를 쓰고, '건더기'에 맛이 배도록 하는 게 목적이면 '조리다'를 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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